전 세계 무역의 80% 이상이 선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박에서 배출되는 유해 배기배출물은 운송 분야 전체에서 발생하는 배기배출물 대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선박으로부터 배출되는 유해 배기배출물(SOx, NOx, CO2 등)에 대하여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규제는 기체상태의 유해물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IMO에서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선박의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입자상물질(Particulate Matter, PM)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폐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등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에는 PM이 인체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등 환경적으로도 그 유해성이 아주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PM 가운데서도 블랙카본(Black Carbon, BC)은 극지방의 온난화와 해빙을 촉진시키는 주요 원인물질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극지방의 블랙카본에 대한 추가 규제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강화되는 배기배출물에 대한 국제 규제와 향후 예상되는 새로운 배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IMO의 정책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입자상물질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실제 운항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실선실험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접근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PM에 대한 연구는 주로 육상의 소형·고속 엔진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사용 연료 또한 선박에서 주로 사용하는 잔사유가 아닌 고품질의 증류유를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실제 운항중인 선박에 탑재된 디젤엔진을 대상으로 선박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잔사유를 연료로 하여 엔진의 배기가스 내 PM을 채취하였고, 채취한 PM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구조 분석을 시도하였다. PM 내 수트(soot)는 대부분 탄소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탄소의 분자 및 나노구조를 분석하는데 적합한 고분해능전자현미경(High Resolution Electron Transmission Microscope, HRTEM), 라만분광법(Raman Spectroscopy) 등의 분석 방법을 주로 이용하여 그 특성을 조사하였다.
본 연구의 첫 번째 실험에서는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바다호에 승선하여 운항 중 주기관의 회전수와 배기관 내 PM 샘플링 위치에 따른 입자의 특성 변화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과급기(Turbo Charger, T/C)에서 멀어질수록, 즉 에코노마이저(Economizer)를 통과하여 연돌에 가까워질수록 배기가스 온도 저하에 따른 미세 입자의 응집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T/C에 가까운 곳(배기가스 온도가 높은 곳)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는 연돌 측(배기가스 온도가 낮은 곳) 샘플에 비해 더 graphitic 구조가 관찰되었으며, PM 내 BC의 성분도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엔진의 행정과 사용 연료에 따른 PM의 구조 특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선박용 2행정 디젤엔진과 4행정 디젤엔진을 대상으로 선박에서 주로 사용되는 벙커 A, C를 연료로 하여 운전 중 배기가스 내 샘플을 채취한 후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배기가스 온도가 가장 낮게 형성되는 case a(2행정, 벙커 A)와 배기가스 온도가 가장 높게 형성되는 case b(4행정, 벙커 C)를 비교하였을 때, 수트의 구조가 가장 명확한 대비를 보였다. 배기가스 온도와 연료 내 황성분에 의한 영향으로 case b에서 샘플링한 수트의 초기입자 직경 크기가 case a에 비해 더 작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나노구조도 보다 graphitic 상태를 보였다. 전자현미경을 통해 얻어진 이미지를 이용한 입자의 구조 분석은 육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결과가 정량적이지 못하다는 결점이 있다. 이에 이미지의 분석을 보다 정량적으로 명확히 하고 그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위해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기법을 활용하여 추가 분석을 진행하였고, 나노구조의 주요 특징인 프린지의 길이와 곡률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case b의 이미지에서 프린지의 길이가 더 길고, 곡률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육안 분석과 동일하게 엔진의 종류와 사용 연료에 의해 배기가스 온도가 높게 형성된 곳에서 채취한 샘플이 더욱 graphitic 구조를 띠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 번째 연구에서는 앞의 두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디젤엔진 수트가 대부분 탄소로 구성되어 있고 그 입자가 graphitic 나노구조를 가지고 있음에 착안하여, 선박으로부터 버려지는 수트를 재활용하여 재생에너지의 자원으로 이용하는 연구를 시도하였다. 그 일환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 활물질 대체 재료로 적용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선박용 주기관의 배기관 내에 퇴적된 수트를 수거 후, CR2032 리튬이온 배터리 시제품을 제작하여 전기적 성능 테스트를 하였다. 그 결과 충·방전 성능이 상용 배터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였으며, 이는 충분히 음극 활물질로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나아가 전기적 충·방전 성능을 개선하기 위하여 채취한 수트를 질소 분위기 하에서 600℃, 900℃로 가열하여 불순물을 제거한 후, 다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작하여 전기적 성능 테스트를 하였다. 그 결과 열처리를 하지 않은 배터리보다 600℃에서 900℃로 갈수록 배터리의 충·방전 성능이 개선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 활물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로 중국의 천연자원이나 일본의 가공물질을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한 해운 선사에서는 주기관의 에코노마이저 혹은 소기매니폴드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수트성 물질을 폐기하기 위하여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비용을 들여 처리하는 유해 폐기물을 새로운 재생에너지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시도는 아주 유익한 발상의 전환이며, 초고온 열처리 및 산처리 등의 방법으로 수트 내 불순물을 더 많이 제거하고 그 나노구조를 최적화하는 후속 연구들이 더해진다면, 본 연구 결과물의 성능을 극대화시키고 나아가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